개발자 채용 공고에 ‘AI 활용 능력’이 기본 옵션이 된 이유

요즘 개발자 채용 공고를 보다 보면 예전에는 잘 안 보이던 문구가 하나 눈에 띈다. 바로 ‘AI 도구 활용 경험’이다. 특정 언어 숙련도나 프레임워크 경험 옆에, 자연스럽게 AI 활용 능력이 함께 적혀 있다.

처음엔 그냥 트렌드 따라 붙인 말인가 싶었다. 그런데 공고를 여러 개 보다 보니 단순한 옵션이라기보다는, 기본 전제로 깔고 가는 느낌이 강해졌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빠르게 성장하는 팀일수록 이런 경향이 뚜렷하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이해는 된다. 요즘 개발 환경에서는 혼자 모든 걸 처음부터 끝까지 끌어안고 가기엔 속도가 너무 중요해졌다. AI를 잘 쓰는 개발자는 코드 작성 속도뿐만 아니라, 문제를 정리하고 접근하는 과정 자체가 빠르다.

여기서 말하는 AI 활용 능력은 거창한 게 아니다. 모델을 직접 만들 줄 아는 능력보다는, 코드 보조 도구나 문서 요약, 디버깅 보조 같은 걸 실무에 자연스럽게 녹여 쓰는 감각에 가깝다. 즉, 도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의 문제다.

기업 입장에서도 장점이 명확하다. 같은 경력이라면, AI를 활용해 작업 시간을 줄이고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내는 사람이 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인원이 많지 않은 팀에서는 한 사람의 생산성이 곧 팀 전체의 속도로 이어진다.

그래서 요즘은 면접에서 “AI 써봤어요?”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AI를 쓰고, 언제는 안 쓰나요?” 같은 질문이 나온다는 얘기도 들린다. 무조건 의존하는 사람보다는, 선을 잘 아는 사람을 보고 싶어 하는 분위기다.

이 흐름을 보면, AI 활용 능력은 이제 플러스 요소라기보다는 기본 소양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엔 검색 잘하는 개발자가 일 잘한다는 말을 들었다면, 지금은 AI를 어떻게 쓰는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느낌이다.

앞으로 채용 공고에서 이런 문구가 더 늘어날지, 아니면 아예 굳이 쓰지 않아도 당연한 조건이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개발자에게 AI는 선택이 아니라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