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들이 AI 코드 추천을 그대로 안 믿는 진짜 이유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AI 코드 추천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따라붙는 말이 있다. “참고만 한다”는 거다. 겉으로 보면 AI가 짜준 코드가 꽤 그럴듯한데도, 그대로 복붙해서 쓰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맥락이다. AI가 만들어주는 코드는 보통 그 순간의 질문에는 잘 맞지만, 실제 프로젝트 전체 구조나 팀 컨벤션까지 완벽하게 반영하긴 어렵다. 함수 하나만 보면 맞는 코드인데, 기존 코드 흐름에 넣으면 어색해지는 경우가 잦다.

두 번째는 책임 문제다. 에러가 나거나 성능 이슈가 생겼을 때 “AI가 이렇게 하라 해서요”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결국 책임은 코드를 넣은 사람이 진다. 그래서 개발자 입장에서는 한 줄 한 줄 이해하지 못한 코드를 그대로 쓰는 게 심리적으로 부담스럽다.

또 하나는 미묘한 품질 차이다. AI가 짜준 코드는 돌아가긴 하지만, 최적화나 예외 처리, 확장성을 고려하면 아쉬운 경우가 많다. 특히 트래픽이나 데이터 규모가 있는 서비스에서는 이런 작은 차이가 나중에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는 AI 코드 추천을 ‘정답’이 아니라 ‘초안’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구조 참고용으로 보고, 변수명이나 로직은 다시 손보고, 필요 없는 부분은 과감히 버린다. 이 과정이 익숙해지면 오히려 작업 속도는 확실히 빨라진다.

흥미로운 건, AI를 오래 쓸수록 오히려 더 안 믿게 된다는 점이다. 처음엔 신기해서 그대로 써보지만, 몇 번 시행착오를 겪고 나면 자연스럽게 경계심이 생긴다. 대신 “이 정도 방향이면 괜찮겠다”라는 감각은 더 빨리 잡게 된다.

결국 개발자들이 AI 코드를 그대로 안 믿는 이유는 기술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자기 코드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다. AI는 분명 강력한 도구지만, 마지막 판단까지 대신해주진 않는다. 그 선을 지키는 게 아직은 개발자의 역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