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써도 일이 줄지 않는 이유, 다들 여기서 막힌다

AI 쓰기 시작하면 다들 처음엔 기대부터 커진다. 이제 반복 작업은 줄고, 야근도 좀 없어지겠지 싶다. 나도 그랬다. 실제로 처음 며칠은 효과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문서 초안도 빨리 나오고, 정리하는 속도도 확실히 빨라진다.

그런데 이상하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일이 다시 늘어난다.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할 게 더 많아진 느낌이 든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AI 때문이라기보다는, AI를 쓰는 방식 자체가 문제인 경우가 많다.

일단 AI가 만들어준 결과물을 그대로 쓰기가 어렵다. 표현이 애매하거나, 맥락이 조금 어긋나 있어서 손을 봐야 한다. 수정하다 보면 처음부터 내가 쓰는 게 더 빠르지 않았나 싶은 순간도 온다. 특히 업무에서는 작은 오류 하나가 나중에 더 큰 수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하나는, AI가 일을 대신해준다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기준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예전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넘겼을 작업도, “AI를 썼으니까 더 완벽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계속 고치게 된다. 결과적으로 작업 시간이 늘어난다.

AI에게 설명하는 시간도 무시 못 한다.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건을 붙이고, 다시 설명하고, 예시를 주다 보면 어느새 꽤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이 과정이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체감 효율이 크게 올라가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은 AI를 만능 도구처럼 쓰기보다는, 딱 한 단계만 맡긴다. 처음 구조 잡기, 아이디어 정리, 반복 문장 정리 같은 것들이다. 그 이상을 기대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인다.

AI를 써도 일이 줄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능력 문제가 아니라 사용 단계가 아직 맞춰지지 않은 걸 수도 있다. 어디까지 맡길지 선을 정하는 게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걸 요즘 들어 많이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