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성능은 좋아지는데 체감은 왜 그대로일까? 사용자들이 느끼는 ‘AI 정체감’의 진짜 원인

AI 모델의 성능 지표는 해마다 좋아지고 있다. 벤치마크 점수는 오르고, 처리 속도는 빨라졌고, 할 수 있는 작업 범위도 넓어졌다. 그런데 사용자 반응을 보면 묘한 괴리가 느껴진다. “예전보다 나아진 건 알겠는데, 막 엄청난 변화는 모르겠다”는 말이 점점 많아진다. 이른바 AI 정체감이다. 기술은 발전하는데 체감은 왜 그대로일까?

첫 번째 원인은 개선이 ‘미세 조정’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최근 AI 발전의 상당 부분은 정확도 몇 퍼센트 향상, 오류 감소, 안정성 개선 같은 영역에 집중돼 있다. 이런 변화는 전문가나 대규모 시스템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만들지만, 일반 사용자가 일상적으로 느끼기에는 드라마틱하지 않다. “어제보다 조금 덜 틀린 AI”는 체감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기대치가 이미 너무 높아졌다는 점이다. 생성형 AI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무엇을 해도 신기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라는 기준선이 크게 올라갔다. 예전엔 감탄하던 기능도, 지금은 조금만 어색하면 실망으로 돌아온다. 기술 발전 속도보다 기대 상승 속도가 더 빠른 상황이다.

세 번째는 사용 방식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용자가 1~2년 전과 똑같은 질문 패턴으로 AI를 쓰고 있다. “설명해줘”, “정리해줘” 수준에서 머무르면, 아무리 모델이 좋아져도 체감은 제한적이다. 반대로 AI를 구조적으로 쓰는 사람들은 체감 성능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말한다.

네 번째는 성능 향상이 ‘보이지 않는 영역’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개선은 안정성, 편향 감소, 보안, 내부 추론 품질 같은 백엔드 요소가 많다. 이는 서비스 전체 품질에는 중요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결과물 한 줄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뭔가 달라졌나?”라는 느낌이 남는다.

다섯 번째는 활용 맥락의 한계다. AI를 단순 정보 검색이나 초안 작성에만 쓰면 체감은 빠르게 포화된다. 반면 업무 흐름 전체에 연결하거나,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단계로 넘어간 사용자는 체감 효용이 계속 커진다. 체감 정체는 AI의 한계라기보다 활용 깊이의 한계인 경우가 많다.

결국 AI 정체감의 핵심은 “AI가 더 이상 발전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사용자가 기대하는 변화의 형태와, 실제 발전이 일어나는 지점이 어긋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체감이 멈췄다면 새로운 모델을 기다리기보다, 내가 AI를 어디까지 활용하고 있는지부터 점검해보는 게 더 빠른 해결책일 수 있다. 체감 성능은 기술보다 사용 방식에서 먼저 갈린다.